제목 | [한국일보] 비혼선언자녀 vs 다그치는 부모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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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 | 2017-08-17 | 조회 | 10869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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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일보 2017.8.17 신은별기자
싱글족 늘며, 세대 갈등으로 미혼남녀 상당수 “결혼은 선택” 10명 중 3명만 “반드시 해야” 부모는 육아부담 등 알면서도 “내 자식만은 비혼 아니었으면…” 직장인 한모(32)씨는 최근 서울 동작구 부모 집에서 독립, 마포구 회사 근처에서 자취를 시작했다. 올해 초부터 “빨리 결혼하라”는 부모 채근이 부쩍 늘자 “결혼을 하고 싶지 않다”고 ‘비혼(非婚)’ 선언을 한 게 화근이 됐다. 한씨는 “‘결혼 못하면 다 꽝이다’ ‘아이는 어쩌려고 그러냐’는 잔소리를 듣고 또 듣다 ‘보고 있으면 스트레스 받으니 나가라’는 소리에 결국 짐을 쌌다”며 “결혼을 안 하는 게 ‘비정상’ ‘유난’인 것처럼 말씀하실 때마다 자존감이 떨어지는 건 물론 부모님께 실망스러웠던 게 사실”이라고 털어놨다. 비혼 문화 확산과 함께 “결혼은 선택”이라는 자식 세대와 “결혼은 필수”라는 부모 세대 간 갈등이 곳곳에서 도드라지고 있다. 16일 결혼정보회사 듀오에 따르면, 지난해 미혼 남녀 1,000명 대상 조사에서 ‘결혼을 반드시 해야 한다’고 답한 사람은 10명 중 3명(33.0)으로 전년(43.2)보다 10.2포인트 낮아졌다. 이런 상황에서 “결혼하지 않겠다”는 자녀의 비혼 선언을 부모가 “세상 물정 모르는 소리” 정도로 치부하며 감정의 골이 깊어지고 있는 것이다. 3년 차 직장인 심모(27)씨는 “부모님이 ‘이제 슬슬 결혼할 사람을 찾아봐라’고 압박을 하시더라”며 “결혼 권유도 권유거니와 ‘결혼적령기’란 개념 자체가 시대착오적인 것 아닌가”라고 되물었다. 비혼 문화를 시대 흐름으로 받아들인다 해도 막상 ‘내 자식은 아니었으면’ 하는 부모 마음이 갈등 유발 요인이다. 20대 후반 딸을 둔 자영업자 김수인(54)씨는 “결혼이나 육아가 여성의 경력을 망치는 게 싫어서 (딸에게) 입버릇처럼 ‘능력 있으면 혼자 살아라’고 말해왔는데, 정작 ‘자녀 결혼식에 오라’는 친구들의 청첩장을 받으니 착잡하기도 하고 걱정도 되더라”고 쓴웃음을 지었다. 지난해 설문조사전문기관 마크로밀 엠브레인이 미혼 남녀 1,000명에게 물었더니, 10명 중 9명(88.6)은 ‘비혼 트렌드가 지금보다 더 자연스러운 현상이 될 것’이라면서도 정작 ‘자녀에게 싱글 라이프를 권할 의향이 있다’는 질문엔 겨우 3명(30.6)만이 ‘그렇다’고 답했다. 부모의 굳은 얼굴을 보면서도 끝내 비혼 결심을 굽히지 않는 이유 중 하나는 ‘육아 부담’이다. 마크로빌 엠브레인 조사에서도 ‘자녀 양육 부담감’(44.8)은 결혼에 대한 우려 2위를 차지했다. 아이를 갖고 싶단 마음이 딱히 없어 결혼을 서두를 까닭이 없다는 직장인 함모(32)씨는 “희생하고 헌신하는 전통적인 부모 역할이 옳다고 생각하지도 않고, 설령 그렇다(옳다) 해도 내가 해낼 자신은 없다”며 “아이를 좋아하지도 않는데, 아이를 낳고 괜한 죄책감에 시달리기 싫다”고 덧붙였다. 비혼 선언은 커플 사이에서도 문제가 된다. 사랑의 종착지를 결혼이라 여기는 사람과 그렇지 않다고 생각하는 사람 간 만남에선 비혼 선언이 곧 이별 선언이 되는 탓이다. 비혼족을 자처하는 직장인 김모(30)씨는 “반년쯤 만난 후 결혼 얘기를 꺼내는 전 남자친구에게 ‘결혼 생각이 없다’고 한 이후 서먹해져 결국 헤어지게 됐다”며 “이제부터는 연애를 시작하기 전에 미리 ‘비혼족입니다’라고 밝혀야 하나 심각하게 고민 중”이라고 했다. 신은별 기자 ebshin@hankookilbo.com(mailto:ebshin@hankookilbo.com)
원문출처:http://v.media.daum.net/v/20170817044237266?rcmd=r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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