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 | [여성신문] “저출산 대책, 여성의 삶 바꾸는 정책이어야”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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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 | 2018-01-09 | 조회 | 10082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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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김상희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 부위원장 3선 의원으로 부위원장 겸직 출산율 목표로 제시한 근본 대책은 여성이 “여성 고용률이 저출산
문재인 정부의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가 최근 출범하면서 내놓은 저출산 대응 방향이 반향을 얻고 있다. 저출산의 원인 진단에 여성의 시각이 반영됐다는 평가다. 그렇다보니 돈으로 출산 문제를 해결하려던 접근 방식에서 벗어나 여성의 삶을 질을 높이고 국민의 행복에 집중해야 한다는 처방으로 이어된다. 여성을 출산을 위한 객체가 아닌 주체라는 인식 전환도 담겼다.
위원회의 위원장은 문재인 대통령이, 실무 책임은 김상희(63) 부위원장이 맡고 있다. 부원원장직은 이번에 새로 신설됐으며 리더십을 강화하고 추진력을 높이기 위한 대통령의 전략으로 읽힌다.
현재 3선의 더불어민주당 의원인 김 부위원장은 약사 출신으로 30대 초반부터 여성운동, 환경운동 등 시민사회단체에서 대표를 맡는 등 시민사회활동가 이력을 갖고 있다. 2008년 국회의원(비례)에 당선된 후 2012년부터 경기도 부천시 소사구를 지역구로 뛰고 있다. 2014년에는 국회 여성가족위원회 위원장도 역임했다. 지난해 최순실 게이트 당시에는 전공을 살려 박근혜 대통령 임기 중 청와대의 의약품 구입 내역을 통해 각종 영양·미용주사를 구입한 것을 밝혀내 ‘세월호 7시간’의 설득력 있는 의혹을 제기한 장본인이다. 저출산 대응의 제일선에 있지만 출산율을 목표로 삼는 국가주도적 정책 접근은 하지 않겠다는 김 부위원장을 만나 여성의 관점이 반영된 저출산 진단과 처방을 상세하게 들어봤다.
-위원회가 새롭게 출범하면서 크게 달라졌다. 부위원장으로서 각오는 어떤가. “그동안 위원회가 있긴 했지만 제대로 역할을 하지 못해 중요한 기간을 허비했다는 생각이 든다. 새로운 구성과 시스템을 마련하고 실무조직을 탄탄하게 갖추기 위해 노력했다. 별도의 사무처를 설치하고 각 부처 공무원을 파견하고, 민간 전문위원을 채용했다. 사무처장은 민간위원과 공동으로 청와대 은수미 여성가족비서관이 맡았다. 개인적으로는 국회의원을 겸임하고 있는데 위원회가 정부 부처와 국회의 통합 조정을 하는 컨트롤타워 역할에 무게를 두고 있다.”
-이전 정부까지 위원회가 형식적으로 운영됐다는 비판이 많다. 위원으로 참여하는 주요 7개 부처 장관들이 책임감을 강화하려면 부위원장이 강력한 권한을 가져야 할 것으로 보인다. “지난 위원회 당시엔 각 부처별 계획을 세우고도 점검하고 견인해내는 역할을 하질 못했다. 별도의 사무기구 없이 보건복지부 내 조직이 담당하면서 복지부 사업 중심으로만 진행됐다. 13년간 위원회 전체회의는 서면회의 6회를 포함해 총 22회, 대통령 주재 회의는 3회 열렸다. 대통령 직속으로 출범했지만 보건복지부 소속으로, 다시 대통령 소속으로 바뀌면서 한계가 있었다. 이젠 사무처가 로드맵을 만들고 부처가 이행할 수 있도록 견인하고 새로운 아젠다도 발굴하고 새 정책들도 만들어낼 것이다. 주요 부처들의 형식적인 참여로 그치지 않게 국민들에게 한 약속을 해내고 저출산 아젠다를 꾸준히 만들어낼 것이다. 무엇보다 대통령이 위원장이고 비서관이 사무처장을 맡아서 청와대가 챙길 수밖에 없다.”
-문 대통령이 지난 저출산 대책을 실패했다고 규정했는데 무엇이 문제인가. “단순한 출산장려 정책이어선 안 된다. 여성이 아이 낳고 자신의 가치를 실현할 수 있는 삶을 살 수 있도록 할 때 근본 대책이 될 수 있다. 이전의 정책은 국가 위기여서 아이를 낳아야 한다는 국가주도적 방향이었지만, 대통령은 이젠 사람 중심의 삶을 변화시키는 정책, 특히 여성들의 삶을 변화시키는 정책으로 전환한다고 분명히 하셨다. 또 젊은 사람들, 아이를 낳고, 기르는 시기의 젊은 사람들과 여성들이 미래에 대해 낙관할 수 있는 세상을 만들지 않으면 어렵다는 것 강조하셨다.”
-새 위원회는 출산율 목표치를 제시할 예정인가? “곧 1/4분기 로드맵 발표를 할 예정이지만 수치로서 목표를 제시하진 않을 계획이다. 문재인 대통령이 대선 후보 당시에는 임기 내 합계출산율 2.0명 달성 의지를 밝힌 바는 있다. 박근혜 전 대통령도 1.5명으로 올리겠다고 했는데 국가 주도적 정책으로 출산을 장려해 젊은 세대의 반감을 불러온 것을 실패의 원인 중 하나로 진단했다. 저는 결혼하고 아이 낳아 키우기 편안한 세상을 만들면 자연스럽게 올라갈 것이라고 생각한다. 삶이 바뀌지 않으면 출산율도 오르지 않는다고 본다. 2016년 1.17명에서 2017년 1.06명으로 떨어질 듯하다. 초저출산을 넘어 출산파업 수준이다. 이제 바닥을 쳐야 하지 않을까.”
-수치 같은 목표가 없으면 조직의 방향이 모호해지지 않을까. “여성고용률이 중요한 지표가 될 것이다. 프랑스는 여성고용률 55일 때 출산율 1.7명으로 최저점을 찍고 60 에서 2.1명으로 반등했다. 영국은 60에서 1.7명이었고 68에서 1.9명으로 반등했다. 스웨덴은 70일 때 1.7명이었는데 80로 오르자 2.0명으로 늘었다. 여성들이 아이 낳고도 일하고 자기실현할 수 있는 세상이 되면 오른다는 것을 목표로 삼을 만한다. 우리의 지난해 여성 고용률은 56 정도인데 60 정도 올려야지 함께 오를 듯 하다.”
-출산율 반등에 성공한 국가들의 공통점은 그 사회 전체가 성평등적인 방식으로 변화했기 때문이라는 연구도 있다. “대통령께서 출산이 여성의 삶을 억압하는 결단이어서는 극복할 수 없다는 점을 분명히 하셨다. 아이를 낳아서 기르는 과정에서 겪는 어려움과 돌봄문제를 여성에게 다 전가해선 안 된다. 예전과 달리 한 두 자녀로 자라나서 존중받고 자라나고 남성보다 더 높은 대학 진학률로 사회에 진출하는데 애를 낳고 독박육아를 할 수 밖에 없고 경력단절 될 수밖에 없는 환경에서 돌봄문제가 해결되지 않으면 출산을 결단하지 않는다. 출산주체로 여성이 경험하는 성차별도 하나의 원인으로 분석하고 있으며, 여성가족부와 함께 고용노동부 등 관련 주요 부처들의 협업과 국민적 공감대 형성도 필요하다.”
-청년들을 N포 세대라고 한다. 연애·결혼·출산·집 등 삶의 많은 것을 포기했기 때문이다. 위원회도 청년 고용, 주거, 일자리 등 구조개혁을 꼽았는데 하나 하나 다 해결하기 어려운 과제들이다. “누군가 저에게 ‘저출산 문제가 해결되면 우리사회 문제가 다 해결된다’고 말하더라. 그 정도로 복합적인 문제이다. 우리사회에 국민의 삶을 규정하는 큰 과제들이 일자리, 주거, 교육 등이다. 이젠 결혼, 출산은 선택인 시대다. 이제 국민의 절반은 결혼을 선택으로 여긴다. 애를 낳을지 말지는 자기 삶에 대한 계획과 함께, 아이를 낳고 행복하게 잘 키울 수 있다는 미래의 전망이 보일 때 낳는다. 그런 선택을 존중해야 하고, 더 많은 국민이 출산을 선택할 수 있게끔 사회 여건을 만들어줘야 한다.”
-계층간 출산율 격차도 큰 문제다. 대기업 정규직·공공부문 근로자들만을 위한 정책이라는 비판은 계속돼왔고 실제로 이들의 출산율이 상대적으로 높다. 어떻게 접근할 것인가. “중요한 정책 방향 중 하나다. 저출산과 관련된 복지정책, 노동정책, 육아휴직, 출산휴가 등이 대기업, 공공부문, 교사 등에게는 적용되지만 비정규직, 자영업자, 실업자에겐 그림의 떡이다. 제도가 아무리 돼있어도 어려운 사람에겐 돌아가지 않는다. 사각지대지라고 하는데 사실상 큰 부분을 차지한다. 어떻게 지원할 것인가를 논의하고 있다. 일부 지자체가 출산수당을 주고 있는데, 대도시는 못주고 있다. 지방정부에만 맡겨놓을 일이 아니다. 출산휴가조차 가지 못하는 계층들에 대해서는 중앙정부 차원에서 출산수당 지급의 필요성을 논의하는 단계다. 또 공무원들은 3개월 출산휴가, 1년 육아휴직에 다 혜택을 누릴 수 있는데 비해 일반 기업들은 출산휴가는 다 쓰지만 복직은 눈치가 보여서 육아휴직은 못쓴다. 대기업 직원들은 동료들 눈치가 보인다. 당당하게 쓰고 복직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 철저한 근로감독이 필요하다. 기업들이 잘 수용할 수 있도록, 노동자들이 이용할 수 있도록 독려하는 지원이 필요하다.”
-관련 제도가 보다 강화돼야 한다는 요구가 많다. 남성육아휴직을 선택이 아니라 의무화해야 한다는 것도 그 중 하나다. “여성은 물론 남성육아휴직 의무화도 검토했지만 어렵다고 판단했다. 육아휴직 시 고용보험을 통해서 여성이든 남성이든 쓸 수 있게 하고 임금보전해주는 방식인데 재정이 많이 든다.안쓰면 불이익을 주는 게 의무화인데 이것도 쉽지 않다. 의무화보다는 하는 방식이 안 쓰면 손해인 방향으로 가야 한다고 본다. 육아휴직 시 임금보전이 다 되지 않아 생활에 어려움을 겪는데 그것을 최대한 줄여주려고 한다. 또 육아휴직을 요청했을 때 고용주가 거부하면 안 되게 개선됐다. 남성 출산휴가는 유급3일에서 10일로 확대한다. 요즘 핵가족이다 보니 특히 출산 후 한 달 정도 (가정에) 어려움이 크다. 적어도 한 달 정도는 출산휴가 비슷한 걸 도입하는 게 좋겠다고 생각한다.”
-일·가정양립을 위해 중요한 ‘칼퇴근법’은 문 대통령을 포함해 대선 후보들의 공약이었다. 어떻게 추진되고 있는지? “노동시간 단축이 새 정부의 중요한 국정과제다. 주52시간으로 법정노동시간을 단축하는 근로기준법 개정안이 이번 국회에서 통과되지 못했다. 칼퇴근은 지난 정부에서도 공론화되다 말았다. 노동시간을 줄여주지 않으면 칼퇴근도 공염불이다. 노동부와 국회가 협의해서 풀어나가려 하지만, 도입을 위해 사회적으로 더 공론화돼야 필요하다. 칼퇴근은 육아기 뿐만 아니라 전체적으로 도입해서 현장에서 일하는 방식을 변화시키고 전반적인 기업문화를 바꿔나가는 것이다. 노동시간이 너무 길어 일·생활 균형을 맞출 수 없다. 국민의 삶의 질을 높이기 위해서도 필요하고, 아이 키우는 사람은 훨씬 유리한 환경이 된다. 애를 낳지 않는 이유는 긴 노동시간에 아이 돌볼 시간도 없지만 스스로가 피곤하기 때문에 큰 부담으로 다가온다. ‘미취학 아동 부모 근로시간 단축’이 저출산·고령화 문제 해결을 위한 정부의 최우선 국정과제로 추진된다. 육아기 동안 오전10시 출근 오후 4시 퇴근으로 3시간 단축을 지원하려 한다.”
-건강보험 보장성 강화 대책인 ‘문재인케어’ 추진에도 적극 앞장서고 계신다. 최근 발의한 ‘국민건강보험과 실손의료보험의 연계에 관한 법률’ 제정법은 어떤 역할을 하게 되나. “실손보험 등 민간의료보험이 건강보험을 보완하는 역할을 담당했지만 불필요한 의료 이용을 유발하고 건강보험 급여 지출을 확대한다는 부작용이 발생했다. 또 건강보험 보장성 강화에 드는 건강보험 재정이 민간보험사가 지급해야 할 보험금을 줄여주는 이른바 반사이익으로 누수된다는 비판이 있다. 건강보험과 실손의료보험을 연계·관리해 보험회사가 누리는 반사이익을 줄이고 불필요한 국민의 의료비 상승을 억제하는 게 목적이다. 또 보험료가 내려가서 소비자에게 도움되고 과도한 의료 소비를 예방하는 효과도 기대된다.” <ⓒ2017 여성신문의 약속 ‘보듬는 사회로’, 무단전재 배포금지><ⓒ 2018 여성신문 30주년, 무단 전재 및 재배포금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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