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 | [여성신문] 인도 정부, 성범죄 막으려 스마트폰에 비상벨 설치 추진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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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 | 2018-01-16 | 조회 | 9903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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잔혹한 성범죄가 빈발해 전 세계에 악명을 떨친 인도에선 정부가 여성들의 안전을 위해 휴대전화에 비상벨 버튼을 추가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휴대전화 비상벨이란, 긴급 상황에서 스마트폰 어플이나 일반 휴대전화의 특정 버튼을 누르면 즉시 인도 내 긴급전화 112로 연결되는 방식이다. 담당 경찰서, 가족들과 인근 자원봉사자 25명 이상에게 긴급 문자메시지도 발송된다.
지난 7일 ‘쿼츠 인디아’ 보도에 따르면, 마네카 간디 인도 여성·아동개발부 장관은 오는 26일부터 인도 북부 우타르프라데시 주에 거주하는 여성들을 대상으로 이를 시범적으로 시행할 예정이라고 지난 2일 밝혔다. 우타르프라데시 주는 인도 내에서 여성 대상 범죄율이 가장 높은 지역이다.
지난 2016년 인도 의회는 2017년부터 여성의 안전을 위해 모든 휴대전화에 비상벨을 설치하고, 2018년까지 모든 휴대전화에 위성항법장치(GPS)를 탑재토록 하는 법안을 통과시켰다. 버스에 비상벨 설치를 의무화하는 법안도 의회를 통과했다.
그러나 이 정책이 얼마나 효과를 거둘지는 의문이라는 지적이 제기됐다. 경찰 인력 부족, 허술한 감시 체계, 낮은 통신 품질 등을 고려하면 비상벨을 설치한대도 무용지물이 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지난해 델리에서는 휴대전화 비상벨 시범 운영 기간 다수의 사람들이 장난전화를 걸어 전화망이 다운됐고, 경찰은 결국 비상벨 운영을 포기했다. 같은 해 5월 인도 철도공사가 뭄바이 내 전차의 여성 승차칸에 비상벨을 설치했을 때도, 장난으로 벨을 누르는 사례가 첫 달에만 1000번 발생했다.
애초에 휴대전화 비상벨이 여성 안전에 도움이 되는지 따져볼 필요도 있다. GSMA 통계에 따르면 인도 여성의 휴대전화 보유율은 남성보다 36포인트 더 낮다. 1984년 1월부터 2009년까지 인도 내 성폭행 사건의 80가 시골·오지에서 발생했다는 통계가 있는데, 오지 거주 여성 중 개인 휴대전화 소유자는 전체의 12뿐이다.
위기의 순간에서 피해자가 패닉 상태에 빠지지 않고 비상벨을 사용하려면 평소 훈련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왔다. 성범죄를 쉬쉬하거나 ‘문화’의 이름으로 합리화하는 사회 분위기를 개선하고, 의사나 사법 인력이 성범죄 사건에 제대로 대처할 수 있도록 교육·훈련하는 게 더 효율적이라고 전문가들은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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