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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여성신문] 독박육아 NO...남성·국가도 책임 나누는 ‘돌봄 민주주의’로
작성일 2018-01-24 조회 919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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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일 여성가족부 주최
제1회 가족정책포럼 열려
제주·세종 등 우수 공동육아 사례발표
아직도 엄마·할머니 등 여성이 ‘돌봄 전담’
지역 공동체 형성도 쉽지 않아
“관 주도 사업 넘어 부모들 참여 이끌려면
정부의 지속적 대화와 지원 필요”

 

82년생 김지영’ 세대에게 ‘출산은 애국’이 아니다. ‘저출산 → 생산인구 감소 → 사회적 부양 부담 증가 → 저성장·침체·국력 하락’이라는 위기 시나리오는 “아이를 갖지 않은 이들을 부담스럽게 할 뿐”이라는 비판이 높다(송다영 인천대 사회복지학과 교수). 이런 시나리오를 앞세워 추진한 저출산 정책의 성적표는 어떨까. 11년간 122.4조원이 투입됐지만, 2017년 기준 합계출산율은 1.06명에 그쳤고, 출생아 수는 사상 최저치를 기록했다. 출산양육 기피 현상도 발생하고 있다.

 

돌파구를 ‘육아 공동체’의 부활에서 찾는 사람들이 있다. 지역에서 이웃들과 아이를 함께 기르는 엄마들, 보육 전문가들은 그간 여성만이 아니라 남성, 지역사회와 국가가 돌봄의 책임을 나누는 ‘돌봄 민주주의’가 자리 잡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여성가족부가 22일 한국프레스센터에서 연 ‘제1차 가족정책포럼 - 82년생 김지영 세대 자녀돌봄과 지역공동체 역할’에서 나온 이야기들을 정리했다.

 

제주도에 사는 조민경 씨는 이날 어린 아이를 아파트 내 공동육아나눔터에 맡겨두고 포럼에 참석했다. 그가 운영 대표를 맡은 제주시 삼화부영2차아파트 내 ‘수눌음육아나눔터 1호점’은 이웃 부모들이 함께 자녀를 돌보는 공간이다. 맞벌이 부부가 집을 비워서 아이를 볼 사람이 없거나, 아이들이 혼자 힘으로 끼니를 해결하기 어렵다면 나눔터에 오면 된다. 아이 부모나 조부모들이 공동육아팀을 이루고, 시간표를 짜서 차례로 아이들을 돌본다. 0~13세 아이들이 함께 어울리는데, 큰 아이들은 자연스럽게 자신보다 어린 아이들을 돌보기도 한다.

 

수눌음육아나눔터는 제주도가 2016년부터 추진해온 양성평등정책 사업으로, 지난해 말까지 20개소가 문을 열었다. 수눌음이란 제주 방언으로 ‘품앗이’를 뜻한다. 조 대표는 “모든 구성원이 제 역할을 맡고 수평적 관계를 맺으려 노력하는 게 운영의 관건”이라고 했다. 수눌음육아나눔터 엄마들은 아무리 바빠도 매달 꼭 1회 이상 회의를 열고 지난 활동을 평가하고 계획을 세운다.

 

아이들이 장난감만 갖고 놀다 가는 공간은 아니다. 전문가들이 직접 다양한 놀이나 학습을 지도한다. 초등교사, 보육교사, 제과제빵사, 한식조리사, 플로리스트, 아동청소년놀이전문가 등 다양한 이력을 지녔으나 출산 후경력단절된 엄마들이 솜씨를 뽐내고 있다. 초등학생 아이들과는 마을 신문 ‘삼화올레신문’도 만든다. 매달 두 차례 동네 아이들 누구나 와서 무료로 식사할 수 있는 ‘어린이식당’도 운영한다. 어른들도 자연스레 함께하면서 공동육아에 대한 지역 내 인식도 좋아졌다고 한다.

 

세종시에서도 공동육아에 대한 관심이 뜨겁다. 지난 4년간 세종시 내 13세 이하 아동 인구가 3배가량 늘면서(2017년 5월 기준 4만7410명) 수요가 급증했다. 2014년 문을 연 도담동 육아나눔터는 이용실적이 전국 1위로 꼽히기도 했다. 세종시는 2026년까지 공동육아나눔터를 28곳으로 늘리기로 했다. 김태경 “공동체 의식을 지닌 부모들이 자발적으로 팀을 만들어서 공모하는 방식으로 사업을 추진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좋은 사례가 다는 아니다. 많은 이들에게 ‘공동육아’는 진입 문턱이 높은 문제다. 공동육아로 육아 부담을 덜 수 있다고 확언하기도 어렵다. “공동육아를 한다고 하면, ‘힘든 일 하시네요’ ‘왜 그런 걸 하세요’ 식의 반응을 자주 접한다. 실제로 그렇다. 자발적으로 나온 분들도 나가떨어지기 직전”이라고 최상아 ‘김포맘 한아름’ 대표는 말했다.

 

공동육아에 대한 남성들의 불참과 무관심도 높은 벽이다. “아빠들이 밀어주지 않으면 엄마들이 자유로이 활동하기 어렵다. ‘집에 안 있고 뭐 하냐’ 같은 핀잔만 듣기 십상이다. 아빠들이 참여하는 1박2일 캠프를 열고, 다른 아빠들끼리 친해질 기회를 마련하려 노력하면 조금 나아지더라”라고 조 대표는 말했다.

 

육아는 여성의 몫, 개별 부모의 몫이라는 인식을 깨고 더 많은 이들이 공동육아에 나설 동기를 부여하려면 국가의 전폭적 지원이 필요하다고 엄마들은 입을 모았다.

 

“지자체 사례에선 부모들을 수요자로 설정하고 ‘이런 시설을 만들었으니 가서 이용하면 된다’ ‘이렇게 했으니 지원금을 얼마 내려줘야겠다’ 식의 관점이 엿보인다. 그러나 지역 내 공동육아가 잘 되려면 부모들, 엄마들만이 아니라 남성들도 자발적으로 참여하도록 만드는 게 관건이다. 정부나 지자체는 일반 시민들과 자주, 지속적으로 대화해 달라”고 최 대표는 주문했다. 조 대표도 “새로운 분들의 참여를 유도하기가 어려워 고민이다. 지속 가능한 공동육아나눔터를 만들려면 사회적 안정과 경제적 보상이 필수다. 구성원들의 역량도 꾸준히 강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지원에 필요한 행정적 절차를 간소화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왔다. “300만원 규모의 공동육아 지원사업 신청에 필요한 서류만 100페이지가 넘는다. 어떤 엄마들이 그걸 하겠나”라고 최 대표는 꼬집었다.

 

정영모 한양대 교육복지정책중점연구소 연구교수는 “마을 공동체가 사실 잘 형성되지 않고 있다. 당장 공동으로 수행할 뚜렷한 목표나 가치를 주민들이 공유하기가 어렵다”라며 “돌봄 사각지대를 메우면서, 아이를 중심으로 자원이 재조직되는 사업이 필요하다. 이를 지역사회 내에서 함께 잘 풀어가기 위한 논의를 활성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날 송다영 인천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돌봄민주주의와 지역사회 함께돌봄 정착방안’에 대해 주제발표에서 누구나 성별이나 빈부와 무관하게 인간이자 사회구성원으로서 돌봄을 보장받아야 한다는 취지에서 ‘공동체 돌봄’ 실현을 제안했다. 문영희 양천구 사랑복지재단 사무총장은 초등학생 돌봄 사각지대 해소방안으로 ‘지역사회 중심의 주민참여형 돌봄 정책’을 논의했다.

 

정현백 여가부 장관은 “1인가구, 한부모 다문화가족 등 가족의 형태가 빠르게 변하고, 아동학대 등 가족 위기도 증가하고 있어 새로운 가족정책 패러다임이 필요하다”며 “이제는 정부 주도의 획일적 서비스 제공이 아닌, 공동체가 참여하는 새로운 돌봄 체계 구축이 절실하다. 엄마 혼자에게 책임이 돌아가는 돌봄을 어떻게 국가와 공동체가 함께 나누고, 사회에 알리고 담론화할 것인가가 중요하다”고 말했다. 여가부는 이날 포럼을 시작으로 올해 상반기 동안 매월 가족정책포럼을 열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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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원문 링크 : http://www.womennews.co.kr/news/1292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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