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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성평등 선진국 스웨덴, 법적 기반 남성의 가사참여·육아 필수라 생각 한국도 캠페인·제도·남성의식변화 지속적 이뤄진다면 점차 개선될것
“집안일 할 때 애만이라도 봐 주면 좋겠어요.”(30대 주부 A씨)
“남편의 부엌 출입, 결혼하고 20년이 걸렸어요.”(50대 주부 B씨)
예전과는 많이 달라졌지만 아직도 가정 내 가사분담에 대한 주부들의 불만은 적지 않다. 20~30대 젊은 부부 사이에서는 점점 가사와 육아부담을 공동으로 짊어지는 추세지만, 대다수의 가정에서는 정도의 차이가 있을 뿐 여성에 비해 남성들의 가사비율이 아직도 현저히 낮게 나타난다.
양성평등의 선진국으로 불리는 스웨덴도 과거에는 지금의 우리나라 사정과 다르지 않았다. 40년 전인 1978년, 스웨덴에서 큰 반향을 모은 광고가 있었다. 한 남자가 어린 자녀를 돌보고 집안을 청소하고 요리하는 장면이었다. 주인공은 올림픽 역도 메달리스트 레나르트 달그렌. 스웨덴어로 그는 ‘BARNLEDIG PAPPA’였다. 육아휴직 중인 아빠라는 뜻이다. 직장은 물론 가사와 육아와 같은 가정 내 일에도 책임을 다하지 않으면 ‘남자’가 아니라는 사고방식은 그 때부터 형성되기 시작했다고 한다.
‘워라밸(일과 삶의 균형)’을 실현하기 위해서는 남성의 육아 참여가 필수라는 인식이 요즘 스웨덴에선 보편화 돼 있다. 그런데 이상향과 같은 스웨덴의 현실은 강한 법제도에 뿌리를 두고 있다. 스웨덴에선 자녀가 8살이 되기 전까지 부모가 총 480일의 유급 육아휴직을 쓸 수 있다. 그 중 90일은 ‘아빠’가 쓰지 않으면 그냥 소멸된다. 선택을 강요하는 우리와 달리 그 곳에선 남성의 가사참여와 육아의무가 당연한 일이 된 지 오래다.
하지만 우리의 상황은 다르다. 결혼 단계를 지나 실제적 가족생활을 시작하게 되면, 맞벌이 증가로 인한 남녀 간 불평등한 가사노동 분배 문제가 나타날 수밖에 없다. 가사노동은 가족 구성원 각자 및 전체의 공동 욕구를 충족시키고 이를 위해 필요한 재화와 용역을 가정 내에서 생산하는 정신적, 육체적 노동을 모두 포괄한다. 맞벌이 가구의 증가와 맞벌이에 대한 욕구가 남녀 모두 높음에도 불구하고 ‘가사노동은 여성의 몫’이라는 여성역할 고정통념이 여전히 존재하고 있는 것이다.
가정 내 남성이 가사분담에 참여하더라도 보조적 역할에 그치는 경우가 대부분으로 가사노동이 가정과 사회를 유지시키는 기본적이고 필수적인 일이지만 결과적으로 여성의 주된 일로 자리매김 되고 있는 것이다. 무엇보다 돌봄노동에서 자녀 돌봄이 가장 큰 부분을 차지하지만 남성의 역할은 선진국의 사례에 비해 아직도 미비히다.
성평등은 도시를 이루는 작은 단위의 가정에서부터 먼저 정착돼야 가능하다. 여성에게 동등하게 일할 기회를 주고 육아를 포함한 여성의 부담을 일부라도 덜어주려는 남성의 사고전환과 참여의지가 변화의 출발점이 될 수 있다.
전문가는 “한국 사회가 직면한 결혼과 가족문화의 쟁점은 근본적으로 남성과 여성에 대한 전통적 관습에 기인한다. 남성과 여성에 대한 한국사회의 전통적 통념과 이로 야기된 결혼 및 가족문화의 문제점들은 일시적 장치나 표면적 노력만으로 해결될 수 있는 사안은 아니다. 양성평등 의식을 위한 전 사회적 캠페인, 이에 기반한 다양한 제도, 그리고 이에 적극적으로 참여하고자 하는 정부, 남성의 적극적인 참여의지 등이 지속적으로 이루어진다면 점차 개선될 것”이라고 말했다.
홍영진기자 thinpizza@ks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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